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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학번- 30살에 전문대 입학한 누나..

by sketch 2008.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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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는 '30살 전문대 입학이라는 검색어'입니다.

다시 시작한 공부에서 사과를 얻을 수 있을까? -.-


예전에 대학원을 마치고 다시 전문대에 입학한 선배에 관한 글을 써서 그런지 30살 전문대 입학이라는 검색어로 유입이 되었습니다.

지금이 10년전 금융위기와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합니다. 물론 차이가 있는 것도 있지만요. 어렵게 느껴지는 충격은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30살 전문대 입학이라는 검색어를 보면서 문득 10년 전의 대학시절이 생각났습니다.

저는 전문대를 다녔습니다. 그리고 98학번 , 소위 IMF 학번입니다. 대학진학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IMF는 동기들에게 상당한 심리적 부담감을 주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학생들은 안정적인 직장자리가 보장되는 학과에 지원을 했습니다. 국립대 교육과에 지원했던 저는 합격자 발표일에 예비 3위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예비 3위인데 합격하지 않겠는가?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추가합격 소식은 없었습니다. IMF의 영향이었을까요? 충격이었습니다. 한달 동안 소화가 되지 않았었습니다. 3년 동안의 공부가 모두 물거품되는 것에 마음이 많이 아프더군요. 재수를 생각했었지만 부모님의 강력한 권유로 전문대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전공은 방송분야였습니다. 영상, 음향, 컴퓨터 동영상 편집 등에 관한 기술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빡빡한 수업시간은 야간자습이 없는 고등학교 수업을 연상케 했습니다. IMF 때문인지 입학 첫날 부터 교수님은 취업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조금 길게 이야기하셨습니다. 교수님들도 시대가 시대인지라 학생들의 취업률에 굉장히 민감해져 있었습니다.

한가지 신기했던 것은 1학년 중에 26살, 27살의 남학생, 그리고 30살의 한 누나가 같이 입학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공부가 하고 싶어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를 시작했다는 누나였습니다.

아무튼 조금 늦게 입학한 형, 누나들은 정말 공부를 열심히 했습니다.

첫 학기 성적이 잘 나와서 장학금을 기대하게 되었던 저는 크게 놀라게 되었습니다.  같은 반의 누나는 all A+의 성적으로 1등을 했기 때문입니다. 2등 3등은 27살,26살의 형들이 차지했습니다. 지금이야 그런 일이 각 대학마다 많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때의 얼떨떨한 기분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 누나는 2학기에도 역시 4.5 만점의 성적을 유지했습니다. 저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4.5를 맞지는 못했습니다. 정말 열심히 하는 누나였습니다.

누나의 특징 중 하나는 항상 쉬는 시간에 교수실에 가서 교수님에게 무엇인가 과제를 받아왔다는 것입니다. 늘 무엇인가를 공부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 하나는 일본어였습니다. 2학기 들어서 일본어 스터디 그룹을 함께 하면서 일본어 원서 번역단계까지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1학년이 마치고 저는 휴학을 하게 되고 그 이후 군대를 다녀오게 되어 그 누나를 만날 수 없었습니다. 듣기로는 서울의 음향기업에 취업해서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었습니다. 졸업한 이후 4년 뒤 책 구입 차 교수실을 찾게 되었을 때 조교실에서 그 누나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여기에 있는지 궁금했는데 교수님의 연구학회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학과에서 일본어 강사로도 일하고 있었습니다. 각종 국제 학술제에서 강의도 하더군요.
 
실습실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재학중에 공부하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누나의 이야기는 공부하는 동안 숨이 막혔다고 합니다. 교수님이 제안해주시는 것들이 자신의 수준보다 높은 것이 많아서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도 그 때 사회의 배경이 어려웠던 때라 마음 굳게 먹고 감당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그 때에 비하면 지금(2005년) 학생들은 대학생활에 대해서 진지함이 부족한 것 같다는 말도 하더군요.  
자신의 분야에서 만족하면서 일하는 모습이 좋아보였습니다.

그냥 평범한 직장인에서 30살의 대학생활, 그리고 그 이후의 삶이 너무다 확연하게 구분되는 그 누나와 1학년 동안 같은 반에서 공부를 함께 했다는 것이 저에게 특별한 기회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주위에도 늦게 다시 대학에 들어가서 공부를 시작하시는 분들이 몇분 있습니다.
대부분 주위의 시선은 늦은 나이에 뭐하려고 또 대학에 들어가나? 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러나 지금 30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롭게 전문대학에 들어가서 무엇인가를 시작한다는 결심은 정말 대단한 결심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주위에서 어떻게 생각하든지요..

그러나 일단 대학에 들어가기로 했다면 정말 뚜렷한 목표 가운데서 굳은 결심으로 공부에 임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단지 수업시간에만 배운 것으로 만족하지 말고 교수님을 찾아가서 더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지도를 해 줄 교수님이 있는지는 모르겟지만요.

일반화일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1학년 때 함께 공부했던 그 누나의 삶을 볼 때는 그렇습니다.

늦은 나이라고 생각될 때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시는 모든 분들이 새로운 기회를 잘 살렸으면 좋겠습니다.

다시금 그 누나가 생각나는군요. 나중에 기회를 찾아서 다시한번 학교에 찾아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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