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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TCH/일상,단상

친구를 기억하시는 어머니.

by sketch 2009. 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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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년도에 어머니께서 두번째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군에 있을 때 종양 수술을 한 번 받으신 적이 있고 4년 뒤에 중이염으로 인해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시골에서 생활하셨던 어머니는 중이염으로 인해 한번 쓰러지기까지 하셨습니다. 병원에서 CT찰영한 결과 중이염이 심각한 상황까지 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이염이 계속해서 커지게 되면 청각신경의 상실, 그리고 몸의 균형감각도 상실되게 됩니다. 귀 부분의 뇌막이 염증에 의해서 녹게 되면 어지러움증이 생기고 사망에 이르게 되는 병입니다.

시골에서는 제대로 치료받기가 쉽지 않기에 대전에 와서 치료를 받게 되었습니다. 광주 병원에서 촬영한 CT필름과 의사의 소견서를 가지고 한 대학병원을 찾게 되었습니다. 예약까지 하고 찾아간 병원에서도 5분도 안되는 진료시간에 가지고 간 CT필름이 희미한 것 갖다면서 다시 촬영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결과도 바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한주를 더 기다려야 하며, 치료나 수술여부는 더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기가 막혀 하셨습니다. 가을 농사가 있었기 때문에 빨리 치료를 받고 싶어하셨습니다. 가족들과 통화하면서 다른 병원을 가기로 했습니다. 전남의 의사선생님이 추천해 준 선생님을 만나기 위해 다른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나 그곳에서는 계시지 않았습니다. 개인병원을 차리셨다고 합니다. 다행이도 그 병원의 소재를 알게 되어 다시 택시를 타고 둔산동 병원으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택시만 3번을 타게 되었습니다. 시간은 오후 1시. 병원에서는 점심시간이라 2시부터 진료가 시작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여러가지 일로 인해서 스트레스를 받으셨는데 얼굴이 상기되어 있으셨습니다. 

오후 시간 의사선생님의 진료. 선생님은 의사 소견서와 CT필름을 보셨습니다. 그리고 나서 진료장비로 어머니의 귀 내부를 살펴보셨습니다. 그리고 바로 청각테스트도 해 주셨습니다. 이어 의사선생님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중이염으로 인해서 병이 커진 상태이며 CT필름을 보면 이미 청각신경은 죽은 상태이며 염증이 진행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 바로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설명이 마치자 마자 바로 수술날짜를 잡게 되었습니다. 달력을 살피시면서 수술은 매주 화요일에 진행되기 때문에 이미 3개월 예약이 다 되어있다고 하셨습니다. 조바심이 들었습니다. 빨리 수술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한달 뒤 7월에 중순에 수술일정이 잡혀있지 않은 날이 있었습니다. 수술을 일찍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달력을 넘겨보니 이미 10월 까지 매주마다 수술일정이 잡혀있었습니다. 

7월 중순 수술전날 밤 어머니, 형,누나, 저는 수술에 대한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귀부분의 수술은 상당히 조심스러운 수술이며 적어도 6시간 이상 걸린다는 것, 수술에 따르는 여러 위험요소들에 대해서 들으면서 동의서에 서명을 하게 되었습니다. 

화요일 수술 시간. 아침 7시경에 수술실로 들어가신 어머니의 모습은 오후 2시가 되어서야 다시 뵐 수 있었습니다. 머리에 붕대를 대신 모습으로 나오신 어머니. 마취가 풀리시고 나셔서 몰려오는 통증에 많이 힘들어하시는 모습이셨습니다. 일주일 정도 입원해 있으신 동안 어머니 옆을 지킬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중이염은 퇴원한 이후에도 한달 동안은 일주일에 3번씩은 병원을 찾아서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어머니는 큰누나 집에 머물면서 통근치료를 해야 했습니다.

이 때 한 친구가 차로 큰누나 집까지 함께 가서 병원에 태워다 주곤 했습니다. 자기 할 일이 있었는데도 4일 정도를 병원에 어머니를 태워주었습니다. 어머니는 고맙다는 표현을 하셨습니다.

그렇게 한달 동안 통근치료가 마친 후에 어머니는 고향으로 내려가셨습니다. 그리고 이후로는 병원에서 지정해준 날짜에 대전에 올라와서 치료를 받으셨습니다. 2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으십니다.
얼마전에 시골집을 방문했습니다. 5월 말이었습니다. 어머니는 건강한 모습으로 저를 반겨주셨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어머니가 이런 질문을 하십니다.

" 그 때, 그 친구는 잘 지내냐?"

"누구요?"

"병원 다닐 때 태워주었던 친구!"

"아! 그 친구요~"

잘 지내요 라는 말을 하기가 왠지 어색해졌습니다.

친구의 어머니는 오래 전 부터 암투병생활을 하시기 때문입니다. 올해 초에는 다른 부위로 전이가 되셨는데 건강으로 인해서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두달 전에는 목 부위에 종양이 생겨서 무리가 되지만 수술을 진행한 상황이었습니다.

어머니가 그 친구를 2년이 지났는데도 잊지 않고 기억하시는 모습에 놀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어머니도 힘든 상황 가운데 있는데 그 때 그렇게 도와주었던 친구가 너무나도 귀하게 생각되었습니다.

그 떄 그 친구는 귀한 섬김으로 저의 가족을 도와주었는데 지금 저는 그 친구의 어머니를, 그리고 그 친구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고마운 마음과 죄송한 마음이 교차합니다.

힘든 가운데서도 다른 사람을 도와주었던 그 친구의 모습에 감사를 하게 되고, 그리고 오히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의 어머니와 가족들, 그리고 그런 모습을 티내지 않고 묵묵히 살아가는 친구의 모습에 미안한 마음을 느끼게 됩니다. 

친구에게 어머니의 말을 전했습니다.

"집에 가니까 어머니가 먼저 그 때 차 태워줬던 거 이야기하시더라, 잊지 않고 계시더라구. 고마워~"

그 친구가 힘든 상황 가운데서 실망하지 않고 꿋꿋히 어려운 상황을 이겨나갔으면 좋겠습니가. 그리고 친구 어머니의 건강도 호전되기를 기도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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