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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TCH/일상,단상

설날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1

by sketch 2008.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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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구정에 고향에 다녀왔습니다.

부제를 단다면 - 책 '경청'과 함께 한 설날  이라고 붙이고 싶습니다.

예전에 마음에 대한 글을 올렸습니다.

최근에 '자신에게 잘못한 사람에 대한 사랑' 이라는 주제로 Workshop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2주 전부터 이 주제에 대해 준비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들이 많이 떠올랐으나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2주 동안 분산된 생각들을 하나씩 이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과정 가운데 몇 가지 신기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 주제와 연관된 일들이 하나 둘 씩 생겨나는 것이었습니다. 제 주변에 친구, 선배, 그리고 읽었던 책 등에서 이 주제와 관련되어 생각할 수 있는 중요한 경험들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내용에 대해서 블로그에 글을 올렸을 때 공감해주시고 격려해 주신 분들로 인해서도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모피우스님이 소개해주신 경청이라는 책이 마음 가운데 다가왔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어느새 설날이 다가왔습니다.
고향은 전남 화순입니다. 고향으로 줄발하는 날 걸어서 터미널로 가는 중 한 선배님이 저를 보게 되어 태워주시게 되었습니다. 미처 점심을 먹지 못한 상황이었는데 선배님이 김밥 한 줄을 주셨습니다. 그리고 터미널 앞에서 한 줄을 더 주셨습니다.

'우리야 가면서 또 한 줄 사면 되지만 버스타면 시간이 여의치 않잖아. 가져가..'
처음에는 괜찮다고 하였지만 결국 두 줄을 받게 되어 버스 기다리면서 먹게 되었습니다.

대전 터미널에서는 줄 바로 앞에 평소 알고지내던 아주머니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뜻밖에 만남이었습니다. 자녀가 큰집에 가고 싶다면서 표를 구입하러 왔다는 것입니다. 차를 기다리면서 고교 졸업 이후 장래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즐거운 명절 보낼 것에 대해 서로 격려하게 되엇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평소보다 1시간 더 걸려 광주 터미널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광주터미널은 이름이 U-Square 입니다. 블로그 이름과 비슷해서 왠지 친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번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면서 모피우스님이 소개해 준 경청이라는 책이 생각나게 되었습니다. 광주 터미널 영풍문고에서 책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표지 앞 면에 자녀에게 헤드셑을 씌워주는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표지 뒷면에 바이올린을 켜는 아이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경청이라는 주제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하는 호기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시외버스 타는 곳에서 대전에서 알고 지내는 후배와 마주치게 되어 인사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출발할 때도 도착할 때도 뜻밖의 만남을 가지네.' 혼자서 기분이 괜히 좋아졌습니다.

버스를 타고 집까지 가기까지는 1시간 20분 정도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맨 뒷좌석에 앉아 경청 1장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정류장을 지나칠 수 록 더 많은 사람들이 타게 되었습니다. 날은 이미 어두워져서 차 안의 조명으로 책을 읽기에는 눈이 피곤해졌기에 책을 가방에 넣고 버스 안의 사람들을 바라보았습니다. 동창회 모임에 가는 사람들의 모습. 선물을 한 손에 들고 집에 전화를 하는 모습.. 집에 곧 도착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설레였습니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서 택시를 타고 다시 15분 정도를 들어가야 했습니다. 택시기사님과 대화하면서 그 분이 대전에서 3년 동안 군생활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전에 대해서도 많은 추억을 갖고 있으셨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기사님은 신이 나 있었습니다.

방문을 여니 이미 모든 가족들이 방문해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조금 늦게 도착하게 되어 혼자서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식사 하면서 가족 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명절 전에 조금이나마 부모님께 송금을 해 드렸는데 부모님은 그게 기쁘셨나 봅니다. 조카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녀들을 즐겁게 해주고자 하는 형님, 형수님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같이 이야기하고, TV에서 드라마, 축구 보면서 이야기하고. 밤이 깊어져서 먼저 쉬려고 부모님이 쉬시는 방에 가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할아버지께서 지었던 집이었습니다. 아궁이에 장작을 지피는 온돌 방입니다. 전통 한옥이기에 문도 창호지를 바른 문이었는데 전혀 우풍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따뜻하다 못해 뜨겁기까지 했습니다. 그 방에는 중학교 때부터 구입해서 보았던 책들이 그대로 있었습니다. 시골로 내려오시면서 그 때 있었던 책들을 버리지 않고 보관하고 계셨습니다.  

다음 날 아침.. '뜨거운 데 어떻게 그렇게 잘 잤느냐' 라는 부모님의 말로 하루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침 세배름 마친 후 할머니 묘소를 찾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할머니 살아계실 때 너한테 얼마나 잘 해 주었냐?"

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전의 할머니 기억이 났습니다. 어렸을 때 할머니는 밭에 다녀오시면 꼭 100원짜리 과자를 사들고 오시더니 방에 던져 놓으시곤 하셨습니다. '안 그래도 될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런 부담스러웠던 반응에도 할머니는 계속 과자를 사 오곤 하셨습니다. 그것이 할머니의 사랑 표현 방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성묘를 다녀온 후 시골 집 이곳 저곳을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작년에 봤던 송아지는 이미 크게 자라 있었습니다. 잠을 잤던 방의 벽을 보니 흙으로 지었던 집이라 군데군데 허물어져 있었습니다. 예전에 있었던 담장도 군데 군데 허물어져 있었습니다.

다시 대전으로 올라오는 길..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고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설날 음식을 한 보따리를 싸주셨습니다.

그리고 버스타는 곳 까지 가방 하나를 들어주시면서 함께 해 주셨습니다.

'승차권은 내가 사주마.' 라고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말씀에 고마움을 느꼈습니다.
조금 앞에 버스가 서 있었습니다. 여유있게 출발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바로 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아버지께로부터 가방을 받아들고 뛰기 시작했습니다. '아저씨'.. 다행히도 버스는 다시 멈췄고 버스에 올라탈 수 있었습니다. 버스 안에서 창 너머로 보이는 아버지께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버스 안에서 짧은 여정이었지만 출발 부터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짧지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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